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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2부 교회로 돌아가다.교회의 본질/4장 교회의 시작점

노아김 2025. 11. 2. 16:22

2부: 성경으로 돌아가다, 교회의 본질

4장.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실현, 교회의 시작점

1.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는 방식: '이미'와 '아직' 사이

 '하나님 나라(Kingdom of God)'는 신약 성경, 특히 예수님의 사역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입니다. 예수님은 병든 자를 고치시고, 귀신을 쫓아내시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모든 행위가 바로 하나님 나라가 '이미(Already)' 이 땅에 임했음을 선포하는 몸짓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막연히 미래에 도래할 종말론적인 사건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지금, 여기' 우리의 삶과 세상 속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하나님의 통치(Reign)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여전히 고통과 죄가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전쟁과 불의가 난무하고, 교회 안팎으로 실망스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죠. 그래서 하나님 나라는 완성된 형태로 온 것이 아니라, '아직(Not Yet)' 완전히 실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진행형의 상태입니다.

 

 바로 이 '이미'와 '아직'이라는 긴장된 시간 속에 교회가 존재합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믿음으로 선언하고, 그 나라의 가치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상 속에서 미리 살아내 보여주는 '선발대' 혹은 '증거 공동체'입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교회 건물 안에 갇혀 세상과 담을 쌓는 것은 이 '선발대'로서의 사명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위가 됩니다. 하나님 나라가 이미 임했다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그 나라의 빛을 들고 어둠 속으로 나아가야 마땅합니다. 교회가 세상과 분리되려는 경향은,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실현'이라는 본질적인 사명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방어 기제일 뿐입니다. 우리는 건물의 안락함을 벗어나, 하나님 나라가 필요한 '아직'의 영역, 즉 세상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2. 건물이 아닌 삶에서 증명되는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 나라가 '하나님의 통치'라면, 교회의 존재는 바로 그 통치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예배당에서 기도할 때만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월요일 아침 직장에서 불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정직함으로 반응하는 것, 그것이 곧 하나님의 통치(나라)를 현재적으로 실현하는 것입니다.

 

[사례: 노동의 현장과 하나님의 통치]

 제가 아는 한 젊은 건축가는 기독교인이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직업이 '신앙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늘 주일 봉사를 더 많이 해야 하나님께 헌신하는 것이라고 여겼죠. 하지만 그는 교회의 본질을 깨닫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일터를 더 이상 '세상 속의 속된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어야 할 영적인 영역'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공사 현장에서 부실 공사 유혹을 단호히 거절하고, 하청 업체와의 관계에서 정직함을 실천하며, 심지어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의 작업 방식 때문에 동료들에게 때로는 비난을 받았지만, 결국 그의 회사는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회사'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저는 이제 예배당에서 일주일치 은혜를 충전해서 오는 게 아니라, 제 일터에서 제가 실현한 하나님의 통치를 가지고 주일 예배에 갑니다. 저의 정직함이 바로 제 일터의 선교이자 예배더라고요."

 

 이 건축가의 고백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교회의 건물을 아무리 웅장하게 지어도, 그 건물을 지은 건축가나 인부들이 일터에서 불의와 타협한다면, 그 건물은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드러내기는커녕 위선을 상징할 뿐입니다. 진정한 교회의 사명은 '삶의 영역을 하나님 나라의 통치 아래 복속시키는 일'에 있습니다. 건물을 짓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건물을 짓는 과정의 정직함과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삶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거죠.

3. 하나님 나라 확장의 도구, '공동체'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방식은 개인의 윤리적 삶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반드시 '공동체(Koinonia)'를 통해 확장됩니다. 초대교회가 세상에 충격을 주고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세상의 가치관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공동체적 삶을 살아냈기 때문입니다.

 

 사도행전 2장에 기록된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은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에 따라 나누어주었습니다. 이것은 공산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경제 원리를 '이미' 시작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상에 대해 실현해 보여준 것입니다. 그들은 '소유'의 개념을 넘어 '나눔'과 '돌봄'을 실천하며, 세상이 줄 수 없는 평등과 사랑을 증명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결국 "날마다 구원 받는 사람을 더하게 하시니라"(행 2:47)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교회 건물'의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놀라운 사랑과 삶의 방식' 때문에 매료되었던 것입니다.

 

 오늘날의 교회 공동체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여전히 '사유 재산'이라는 세상의 원리를 교회 안으로 너무 깊숙이 끌어들여,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권력자와 소외된 자 사이의 격차를 교회 안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은, 우리가 '예배당 안에서만' 평등을 노래하고, 문밖을 나서는 순간 계층과 차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이중성을 극복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교회 공동체 자체가 세상의 불의를 거울처럼 비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대안적 사회 모델'을 제시해야 합니다.

4. 사명의 재정의: 예배에서 세상으로의 파송

 결국 '교회의 시작점'을 하나님 나라의 실현으로 재정의한다는 것은, 교회의 가장 중요한 행위인 '예배(Liturgy)'의 의미까지 바꾸어 놓습니다. 전통적으로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봉사'라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본질적으로 맞습니다. 하지만 만약 예배가 오직 '건물 안에서의 헌신'으로만 이해된다면, 예배는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행위, 즉 우리의 에너지를 '건물'이라는 내부 세계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예배를 본다면, 예배는 '세상으로 파송(Sending)'되기 위한 재무장 시간이 됩니다. 우리가 건물에 모여 말씀을 듣고 성찬을 나누는 것은, 우리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실현할 힘과 지혜를 공급받는 행위인 거죠. 예배의 마지막 순서가 '축도'로 끝나는 것은 단순한 형식적 마무리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제 세상 속으로 나아가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내라'는 파송 명령입니다.

 우리는 예배를 통해 영적으로 충전하고, 공동체적 유대감을 강화하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재확인합니다. 그리고 그 충전된 에너지를 가지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우리의 직장, 학교, 가정, 이웃 속으로 흩어져 하나님 나라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일의 예배는 일주일 동안의 '파송'을 위한 훈련이자 준비여야 하며, 일주일간의 '삶의 예배'는 다음 주일의 모임에서 간증과 봉헌으로 다시 하나님께 드려져야 합니다.

5. 다시, 본질로 돌아가기: 교회의 존재 이유

 우리는 '교회'라는 단어를 너무나 쉽게 사용해 왔지만, 그 이면에 담긴 '하나님 나라'라는 거대한 사명을 자주 잊었습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결코 '건물을 유지하는 것'이나 '교인 수를 늘리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오직 하나,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였음"을 증명하고, 그 통치를 이 세상 속에서 살아내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은 우리의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교회의 재정은 건물의 외벽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통치가 필요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곳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교회의 시간은 내부 모임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실천하는 데 사용되어야 합니다.

 

 4장에서 우리는 교회의 본질이 '하나님 나라'의 실현에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남은 여정은 이 거대한 사명을 우리 시대와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사명을 실천하는 가장 현실적인 단위, 즉 '작은 공동체'와 '가정 교회'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다루어 보겠습니다. 교회 건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이 하나님 나라의 중심임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의 신앙생활은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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